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중에
<다람쥐 장수>가 있었다.
"다람쥐 사요, 귀여운 다람쥐요"
다람쥐를 팔러 동네 골목을 돌다보면
팔리는 다람쥐 수만큼
구경나온 꼬마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해질녁이 되어 다람쥐를 다 팔고 났을 때
동네마다에서 따라온 아이들만 수레 가득 남게 되면
아저씨는 처음보다 더 즐거운 목소리로
"이쁜이들 사요, 이쁜이들요"하며
다시 동네 동네를 되돌며
아이들을 데려다준다는 이야기이다.
나름 한가해진 요즘,
가장 즐거운 일과는 해질녘에 혼자 삼천변을 산책하는 일이다.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게으르게 걷기도 하고
새로 단장된 다리에 걸터앉아 발을 동당거리기도 하고
바싹 쇠어가고 있는 개망초꽃 무리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어둑어둑 어둠이 내릴 때 쯤이면
다람쥐 장수 아저씨가 벙거지 모자를 털며 수레를 돌려
꼬마들을 낱낱이 집에 데려다주듯
동네 어귀에서 만났던 마음들을,
꽃년 꽃놈들을,
원래의 제 자리에 되돌려,
데려다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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