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프루스트는 위고를 열심히 읽었다.그는 《되찾은 시간》에서 "풀은 자라야 하고 아이들은 죽어야 한다"는위고의 말을 인용한 뒤 덧붙인다.예술의 잔인한 법칙은 존재들이 죽어야 하고 우리 자신도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고 죽어야하는 것이라고.진실이지만 서늘한 말이다.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카프카, 울프, 카뮈, 베이유, 톨스토이....여기서 다룬 작가들은 다 그렇다.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툰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없이 행하는 사랑,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또는 내 속에 울음이 사는 시간, 경멸을 통해서 극복되는 운명의 .. 더보기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권의 책속수무책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척 내밀어 펼쳐줄 책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진흙 참호 속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단 한권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찌그러진 양철시계엔바늘 대신나의 시간, 다 타 들어간 꽁초들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거꾸로,나의 현실이 버거울 때는지금 나는 VR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그러면 손톱만큼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이름도이다. 당신께 강추한다. 더보기 별이 다섯 개 2024년 올 해 읽은 책들 1. 고래2. 헬로 뷰티풀3. 즐거운 어른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5. 미드나잇 라이브러리6. 허송세월7.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8. 가벼운 점심9. 희망은 한 마리 새10. 하나님 앞에서 울다11. 도시와 불확실한 벽12.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13. 느티나무 수호대 * 은선이에게 추천해 준 책-고래(천명관): 야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 가장 학구적이었던 책-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김용주) *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하나님 앞에서 울다(제럴드 싯처): 신앙이 좋은 사람이니까 *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 경숙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맷 해이그): 삶을 가볍게 여기라고 *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지인이에게.. 더보기 봐, 날고 있어. #1. 봐, 그는 날고 있어. 티벳의 장례 풍습인 조장(鳥葬)을 참관한 친구가 있었다.건조한 날씨에 일주일 정도 두어 검게 변한 시신의 살점을 칼로 발라던져주면 새가 채어간다고 했다.남은 뼈도 잘 빻아서 곡물 가루와 섞어 던져주어 마지막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몇 명만이 참관할 수 있고 무척 고요한 가운데 육신의 조각을 문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옆에 있던 외국인이 속삭였단다."봐, 그는 날고 있어."죽은 이의 몸이 새를 통해 날아오른 것이다.그렇게 인간은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김하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110쪽- 이런 글을 읽으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다소 옅어진다.나도 이십 년쯤 후에는 모악산 어디 쯤을 날고 있을 수도만경강의 억새 숲 사이의 물줄기 속을 유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더보기 햇빛이면 돼 나의 꿈은 단순하지너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걷는거지 이거리를따사롭게 햇빛을 받으며햇빛,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거지햇빛, 너의 눈 보며 웃음 짓는 거지눈이 부실때면눈 감는 거지 나의 꿈은 평화롭지너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쉬는 거지 한가롭게따사롭게 햇빛을 받으며햇빛, 우리에게는 그거면 충분해햇빛, 시린 뼈까지 뎁혀줄 온기가햇빛, 우리에게는 그거면 충분해 한나절 따스한 햇빛이며 돼 - 한강, 오늘은아무 것도 하지 않고앞 베란다에 햇빛을 가득 들여놓고뒹굴뒹굴 구석구석 나른한 마음을 뉘여놓았다. 한강의 노래를 들으면서. 더보기 그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의 신간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소설 속에는학기 초 자기 소개를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의 형식으로 하게 하는 담임교사가 등장한다.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해.소개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이 어떤 게 거짓인지 알아맞힐 거고. 그럼 나머지 네 개는자연스레 참이 되겠지? 선생님 말 이해했어?" 나 역시 학기초 첫 수업 시간에 나의 소개를 하면서 써먹는 방식이어서 스틸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영어 시간이니 당연히 영어 문장이지만 말이다. True or False (중학년 1학년 대상)1. I’ve been teaching for over 30 years at Kijeon Middle School.2. I have been to Hawaii.3.. 더보기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너와 함께 있을 때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것 같아.'내가 들은 최고의 찬사다. 자기다움을 맘껏 펼칠 수 있을 만큼 내가 그에게 만만하다는 말인지본인만의 고유성이 압박없이 펼쳐질 만큼 그를 대하는 나의 마음의흡수력과 반발력의 균형이 적절하다는 말인지정확히는 모르겠으나그 말을 할 때 듣는 나나 말하는 그나 고요하고 아늑했음은 틀림없다. 나는 누구인가? 모노산달로스(외짝신의 사나이)의 이아손이나 아버지에게서 신표로 가죽신을 받은 테세우스나숨겨져 있던 정체성이 가져온 비극으로 인해 결국 눈이 먼 채세상을 유리하는 최후를 맞이하는 오이디푸스,이들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무비이다. 엊그제 《글래디에이터 2》를 봤다.전편을 뛰어넘을 수 있는 속편은 없다고들 하.. 더보기 오래 전 나의 시를 읽어 보았다. 몇 명 오지도 않는 나의 블로그, 가끔 눌러보는 방문통계를 통해 읽혀진 흔적이 있는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몇 일 전, 아주 오래 전에 쓴 시 한 편을 누군가 눌러서 읽은 흔적이 있었다.산님이, 산딸기 같은 이름이다.우리 엄마의 입을 통해 처음 들었던, 열 대여섯 살 때 죽었다는 이모란다.잊혀졌던 나의 시를 나도 읽어봤다. 저릿하고도 하염없는 가을밤이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그 사람의 가슴 속을 걸어 지나는 것이라는데그 사람은 나의 가슴 속을 어떤 발걸음으로 지나갔을까. .조선희. 청갈스러워 막내딸네 우리 집도몇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팔순 보는 우리 엄마사위가 먼 여행 간 핑계로 가까스로 ..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