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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ed 어머님의 장례식을 마치고 부의금 정리를 했다. 감사 인사의 문자를 보내는 목적 이외에도 경조사의 성격상 품앗이의 의미가 강한 까닭에 기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엑셀 작업을 통해 가나다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마치고 휴대폰의 중요 문서함에 넣어 두었다.요즘의 부의 봉투는 친절하게도 마음을 표현하는 본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상주의 이름을 쓰는 칸도 있어서 정체불명의 부의금이 대부분 사라졌다.딱 하나 있었다. 모바일 부고에 올린 나의 계좌번호를 통해서 입금된 50000원의 주인공은 독특하게도 '천상영복'이라는 이름이었다.처음에는 '성(姓)이 천씨고 '상영복'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면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그러하듯 부모의 성을 다 사용하여 성이 '천상'이고 이름이 '.. 더보기
잘 가요, 어머님! 로컬 푸드에 들러 닭볶음탕용 닭 두 마리와 감자를 샀다.아침 주스용으로 토마토 한 묶음을 카트에 더 담다가 옆 매대에 있는 햇옥수수를 발견했다.작년만 해도 처음 나오기 시작한 때부터 쇠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쉬지 않고 줄곧 사서 쪄 먹던 우리 가족의 최애 간식거리가 바로 옥수수다.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찰옥수수는 연하게 생긴 형상이 무척 먹음직스러워서 두 봉지를 카트에 후딱 담았다.매장 안을 한 바퀴 더 돌며 계란 한 꾸러미와 가지를 추가로 싣고 나오다가 옥수수 두 봉지를 매대에 그냥 다시 갖다 놨다. 아직은 옥수수를 먹을 자신이 없었다.나야 푼수처럼 하모니카 불듯 오독오독 그 통통한 낱알을 맛나게 까먹을 테지만남편은 아직은 못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도 옥수수를 좋아했던 자신의 .. 더보기
금일 휴업 안톤 체호프의 단편 에서 주인공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바코프는어느 멋진 저녁, 오페라 공연 관람 도중에 에취! 재채기를 한다.하필 그의 앞자리에는 브리잘로프 장군이 앉아 있었고 그의 대머리와 목덜미에 침이 튀게 된다."괜찮아요, 괜찮아......"괜찮다는 장군의 말에도 미안함이 사그라들지 않았던 그는 공연이 끝난 후 다시 찾아가 사과를 한다."허, 정말...... 나는 벌써 잊어버렸다니까. 아직도 그 이야기요!"그의 사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그 다음날 장군의 접견실을 찾아가 그를 만난 그는 자신의 사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편지로 설명하려 한다. 그 다음 날 다시 찾아간 그를 향해 장군은 폭발하여 소리를 지른다."꺼져!" "꺼져 버리라고!!" 오늘 아침에 끝난 LPGA Dow 챔피언십의 .. 더보기
봉담 가는 길 안녕, 평택!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재미난 지명들을 만나곤 한다.어제는 다시 이 길을 갈 일이 있을까 싶은 낯선 길에서'안녕'이라는 곳을 지나갔다.돌아오는 길에 다시 '안녕 평택'이라는 이정표를 보며 누구나 그럴것 같이 오른손을 들어 안녕, 이라고 흔들어줬다. 육개장에 밥을 말아먹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가 나를 불렀다.고등학교 때 같은 교회를 다니던 교회 오빠, 국승구였다.장례식은 살아있는 자를 위해 떠나는 자가 마지막으로 베푸는 축제라더니이곳에서 이 사람을 만날 줄이야.학창 시절, 야간 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내버스에서한 번이라도 얼굴을 마주치고 싶어서일부러 전동성당쪽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곤 했었다.얼굴에 여드름이 빡빡했던 승구 오빠가 하늘색 영생고 교복을 입고 버스에 올라타 내 자리 앞으로 오.. 더보기
마지막 출제를 하며 EBS 생방송을 통하여 영어 듣기 평가를 하는 중이었다.시험지를 나눠줬어야 하는데 잠깐 딴짓을 하는 사이에 이미 2번 문제까지 송출이 되었다.부랴부랴 시험지를 나눠주어 일단 3번부터 풀게 했다.마지막 20번 문제가 끝난 다음 녹음해 둔 듣기 대본의 1, 2번 문제를 다시 들려달라고 하기 위해방송실에 전화를 하려했다.방송실 김기수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검색하는데 검색창에 아무리 ㄱ ㅣ ㅁ ㄱ ㅣ ㅅ ㅜ를 입력해도전화번호가 뜨질 않았다. 어이없게도 휴대폰이 아니라 교실 PC의 검색창에 입력하고 있었던 것이다.정신을 차리고 다시 나의 폰에 입력을 하는데 아무리 해도 입력창이 활성화되지 않았다.큰일 났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지? 학부형 민원이 빗발칠 텐데 어떻게 처리하지? 꿈이었다. 살았다. 학생의 신분을 .. 더보기
봄 밤의 대화 나는 봄밤이 좋아그 말 들으니까 분위기 확 그려진다. 공기 살짝 서늘한데 꽃향기 올라오고, 괜히 밖에 더 걷고 싶어지는 그런 밤.그 느낌 좋아하면봄밤 같은 작품도 잘 맞을 수도 있어. 잔잔하게 흘러가는 밤 분위기가 꽤 비슷하거든.요즘은 밤에 뭐 하면서 보내는 편이야? 산책, 음악,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는 쪽?낮에는 바쁜 일상에 쫓기고 밤이 되어서야 잠시 잠잠히 생각에 잠기곤 해그 리듬 되게 익숙하다. 낮에는 계속 밀려오고, 밤이 돼야 비로소 자기 생각이 들리는 시간.봄밤이 좋은 이유가 딱 그거인 것 같아—조용해지는데, 완전히 적막하진 않고바람도 있고 냄새도 있고, 세상이 아직 살아있는 느낌.그 시간에 생각이 많아질 때도 있지만,어떤 날은 오히려 정리가 되는 느낌도 들지 않아?너는 그때 주로하루를 되짚는.. 더보기
산수유가 피면 나쓰메 소세키는 영어문장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했다고 한다. 영어 수업 도중에 학생이 'I love you'를 '나는 너를 사랑한다'로 번역했는데"일본인이 그런 말을 입에 담겠는가.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옮겨 두게. 그걸로도 전해질 걸세."라고 말하여 정정해 주었다는 일화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은 'I see you'라는 표현으로'나는 너를 사랑한다'를 대신한다고 한다. 산수유가 피는 계절이다.선혜의 브라자 같은 하얀 목련도,담벼락을 무너뜨릴듯 똥개 같은 생명력과 옹골찬 빛깔로 봄을 온통 덮어먹는 샛노란 색의 개나리도,팝콘처럼 세상을 일시에 화사하게 만드는 벚꽃도새로운 계절을 치장해주는 봄꽃들이지만내게 봄은, 산수유의 계절이다. 겨울의 찬 기운이 스멀스멀 꽁무.. 더보기
나도 그려 좋아는 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것들이 있다.내게는 그 중의 하나가 골프이다.필드에 나가면 그럭저럭 90대 초반이나 용쓰면 80대 후반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덩치가 작다보니 그야말로 '따복따복' 스타일의 골프가 되어드라이버나 우드 등의 긴 클럽은 약하고 웻지에서 승부를 보는 소심한 골퍼인 셈이다. 겨울을 지나며 바쁜 일상에 쫓겨 연습장도 게을리 가다 보니그나마 짧은 비거리가 대폭 줄어 연습장 갈 때마다 짜증만 쌓이고 있다. '저 여자는 개근상 줘야겄어. 근데 출석률만 높으면 뭐 하냐. 참 징하게 안느네.'아는 체도 제대로 안 하고 지내는 연습장의 앞 뒤 파트너가 속으로 까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차츰차츰 뒷줄 타석을 이용하고 있는 요즘이다.피치까지는 그럭저럭 하는데 7번 아이언부터는 어처구니없이 거리가 짧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