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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콧수염 달린 남자가

 

 



콧수염 달린 남자가
키스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까
구두솔처럼 날카로운 수염이
입술을 뚫고 들어와
갑자기 내 인생을 쓱쓱 문질러준다면
놀랄 일이야
보수주의와 위선으로 무성한
은사시나무를 뿌리째 흔들며
바람 부는 날
그의 눈이 수말의 눈처럼 껌벅거리다가
내 어깨에다 뜨거운 눈물이라도 한 방울 흘린다면
그의 겨드랑이에서 풍겨나는
쉰내가 나의 삶의 코를 틀어막는다면
그렇게 화해에 이르고 말까
언젠가 무주구천동에서 보았던
열녀비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버릴까 

- '콧수염 달린 남자가' 전문, 문정희-

 

 

 

 

 

 

 

 

 

 

김응룡감독을 닮은 주혜를 오랫만에 만났다.

첫마디가 재미났다.

- 너 뭔가가 달라진거 같아. 뭘까 뭘까

   아, 색기(氣)가 쫘악 빠졌네.

 

 

땡볕이다.

햇볕 속에서 옥양목 바스락거리는 냄새가 난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의 여느 8월처럼

내 눈엔 벌서, 기분 좋은 가을빛이 보인다.

 

 

깊어진 그늘,

고슬고슬한 하늘빛,

채워넣을 것도, 비워낼 것도 없는 늦여름의 고요

 

 

- 근데, 그만 빼라, 색기.

   에미맛도, 애비맛도 없어보여

- 걱정말아, 이 색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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