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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낭만 도서관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한다.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307쪽

 

 

 

인생은 요란하게 꾸민 소모품.

 

내가 말한다.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 나갈 때처럼.

 

"그래서, 그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말인데요."

아마 그것은 구체적인 도형으로서의 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원일 것이다.

이를테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가에 깊은 연민을 느끼거나, 이 세상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거나,

신앙을 발견하거나 할 때, 우리는 지극히 당연하게 그 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아닐까.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48~50쪽

 

 

 

하미영이 옳다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서 사랑하면서.

-황정은, ≪연년세세≫,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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