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이주, 한희
선윤재, 곤이
싱클레어, 데미안
카야 클라크, 테이트
수진, 한솔
김진호, 채주희
이순일, 한영진
말더듬이 소년, 파랑새
나,
나...
2020년 한 해동안 책 속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다.
대면한 적 없지만 이미 많은 얘기를 나눈 듯 일방적으로 살갑다.
나와 다른 그들로 인해 마음에 샛길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나와 비슷한 그들 덕분에 낯선 그들의 어깨에 내 어깨를 잠깐씩 기대어 보기도 했다.
쓸쓸함의 깊이를 알려주기도 했지만
그 쓸쓸함이 외로움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막아주기도 했다.
내게 독서란 여전히 '쾌락'이다.
육신과 영혼의 이만한 즐거움이 없다.
고요한 올가즘이다.
새 해,
내가 만날 그들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가벼워지기를 소망한다.
내가 만나는 사건에 대해서도,
나의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상처가 나면 난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러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
-≪위저드 베이커리≫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