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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늘 혹은 때때로




화원에 가서 화초를  몇 개 샀다.

베란다에 쏟아지는 봄볕을 독차지 하고 있는 이 놈, 이 놈들 이뻐라.

말발도리, 꽃이 진 뒤 달리는 열매가 말발굽에 끼는 편자모양 같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리고 머틀 허브나무 두 개.



봄봄, 봄이다.

사는 것은 봄을 몇 번 더 보는 것이라고 했다.


혼자 보는 봄볕이

'벌레 먹은 사과를 모아두었다가 담아놓은 잼'처럼 아늑하다..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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