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눈길 속의 상처
떠나지 말아요, 떠나지 말아요.
당신이 가진 모든 것
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으니.
마르틴
샤를르 쥘리에의 단편 <가을 기다림>을 읽었다.
건빵체라고 불리우는 레이먼드 카버의 문체 못지 않게
간결하고 수식이 거의 없었다.
맑은 국물의 담백한 국수를 호로록 마신 느낌이었다.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귀찮기까지한 호의를
다 물리친 후, 맛볼 수 있는 건조한 풍요로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과의 조화롭지 못함,
고착상태에 빠진 글쓰기,
연인과의 불통으로 인하여 고뇌하고 있는 한 남자가
도피처로 도착한
(내가 꿈에도 그리는) 프랑스 남부의 낯선 시골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랑에 빠지는 짧은 이야기는
기대치 않게 강렬한 설레임을 주었다.
- 우리집 거실에서 바라 본 12월의 삼천변, '무서라...'
-그의 문장에는 과장과 허식이 없고,
현란한 수사에 홀려 자칫 자기연민에 빠지는 일도 없다.
그래서 밑줄을 그을 만한 대목이 없지만
어느 하나 버릴 것도 없는 것이 그의 소설의 진정한 미덕이다.
이런 문체는 인간과 언어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기름이라고만 말해도 통할 수 있는 세상은 아름답다.
백퍼센트 진짜 순참기름이란 말이 있는 세상에는
가짜 참기름이 넘치는 법이다.
형용사가 늘어나는 것에 반비례해서 그것의 주인인 명사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해진다.
샤를르 쥘리에가 말하는 고통은 고통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진한 양념에 길들여진 입에는 맹물 같은 언어이다.
우리 글로 옮기면서 간을 더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고
돌이켜보면 그런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역시 번역은 반역이다 -
<가을 기다림>을 번역한 이재룡이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