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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선녀의 월경같은

 

 

 

 '멈추어라. 너는 너무나 아름답도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치명적인 계약을 맺는다.

그 계약의 결과 파우스트는

악마의 도움으로 원하는 그 어떤 일이라도 체험할 권능을 얻었으나

그 대가로 때가 되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내놓아야 한다.

그 '때'가 언제일까?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는 너무나 아름답도다!'라고 말할 때

그때 그대는 나를 결박해도 좋고, 그때 나는 기꺼이 나락으로 떨어지리라."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몇 년전 한 시트콤의 결말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일이 있었다.

<지붕뚫고 하이킥>, 저녁식사를 하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즐겁고도 가벼운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PD 김병욱은 마지막 회에서 신세경과 최다니엘을 느닷없이 죽는 설정으로 끝내버렸다.

내내 짝사랑하던 세경은 마지막 한국을 떠나는 날,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최다니엘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 말한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내내 힘들어했던 세경의 삶에 피디가 주는 마지막 선물은

죽음과 교환해서라도 그녀의 사랑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시간을 서 버리게 할 만큼의 아름다운 순간을 고대했던 파우스트의 마음과 이심전심, 염화미소, 교외별전~?

 

 

 

 

 

 

 

 

 

눈이 녹아버린 천변은 종일 한가하다.

한 발자국도 문밖을 나가지 않고

시간이 멈출 일도, 멈추기를 소망할 일도 없는,

두 잔째 커피를 연신 덥혀 마시는 지루한 토요일,

 

선녀의 월경같은 석양만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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