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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나무

 

 

 

1. 이런, 속리산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

속리산으로 간 교회 소풍에서였다.

 

아, 지겨웠는데 이 참에 새 것으로 사야지,

라며 잃어버린 것을 다행스러워하는 물건도 더러 있지만

그 놈은, 섭섭한 마음이 좀체로 가라앉지 않았다.

뻔함에도,

항상 놓아두었던 차 안 안경케이스도 만지작거려보고

메고 갔던 백팩의 옆 주머니도 눌러보았다.

 

비싼 것은 아니었다.

하와이 연수 때, 그곳 백화점에서 산 것으로

선글라스답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었다.

몇 번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기도 한, 문제아이기도 했다.

 

아끼는 것은,

잃어버릴까 조바심내는 것은,

 

여지없이 잃어버린다.

 

 

 

 

 

 

 

 

2. 착하고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

 

 

"내게 그리움의 고통을 알게 해준 두 사람

밤마다 베갯잇을 적시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물어보지만

대답없는 엄마.

그리고 (발터)베냐민과 벤저민(프랭클린)을 구별하지도 못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착한 친구에게 소식을 전한다.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고 인생은 짧다고."

 

인생이 짝퉁이다보니,

 

책의 본문 못지않게 서문이나 수상소감 따위도 좋아한다.

정희진의 책의 서문에 나오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베냐민과 벤저민을 구별하지 못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생은 짧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하니.

 

 

언제부턴가는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한 생각을 접고 살지만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착하고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참 좋겠다.

 

근데,

요즘

나는 내가 봐도 겁나, 지루하다.

하품나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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