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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수박

 

 

우리 엄마는 수박을 참 좋아하신다.

몇 년 전,

수박을 한 덩이 사다가 엄마의 김치냉장고에 넣어드린 적이 있다.

 

이틀 쯤 지나서 엄마집을 다시 방문하여 김치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수박이 꼭지도 따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었다.

 

나름 엄마를 생각한다고 삼호슈퍼의 냉장보관된 수박 중에서 가장 큰 것을 산 것이 화근이었다.

엄마는 오래 된 옛날식 김치냉장고에 들어 앉아있는 수박을 꺼내지를 못해

들여다보고 한숨만 쉬고,

들여다보고 한숨만 쉬다가 

내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셨다고 했다. 

 

 

 

 

 

다시 수박의 계절이 왔고

엄마는 병원의 침대에서 종일 잠만 주무신다.

 

음식도 삼키지못해 관을 통해 경관죽을 삽입하여 연명하고 있는

엄마를 만나고 오는 길에

나의 손과 얼굴, 몸 곳곳에서는 

물도 적시지 못한 입에서 흘러나오는 엄마의 침 냄새가 

역한 입냄새가 되어 곳곳에 배어 있지만

 

나는 아까워서 손도 씻지 못한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는

철딱서니 없는 환갑을 바라보는 내게 

그 냄새라도 미치게 그리워할 날이 머지 않았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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