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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목요일 밤에




한동안 닫아놓았던 피아노의 뚜껑을 열었다.

꼭 이뤄내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였던 피아노 연주는,

욕망에 비례한 지구력을 하나님이 깜빡 잊고 안 주신 바람에

역시나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 하...다.... 말았었다.


갑자기 뽀나스로 생긴 코로나19 휴업 덕분에

'방학알차게보내기강박 증후군'이 있는 내가 다시 피아노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노사연의 (만남)을 연습하는데 우리 재형이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왜캐 안 늘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안되는데 진도를 나가면 안된다고.

 안 되는 부분을 자기도 질릴 정도로, 돌아버릴 정도로 연습을 해야지 늘지."

"뭘 좀 아셔? 너나 잘하시게요." 라고 응수했지만

어쭈구리, 솔깃했다. 그래, 안되는 부분을 뽀사버리고 말겠어.






어떤 분야든 예술이든, 문학이든, 학문이든 빼어난 능력은 감동을 준다. 

오딧세우스의 귀환을 방해했던 싸이렌의 노랫소리처럼 아무리 다잡아도 흔들릴 수 밖에 없는 힘이 있다.

매혹시킨다. 그리고 그 능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매혹당하는 것은 또한 행복이기도 하다.

나보다 한 수 위인 상대를 보며 무력감이나 질투가 아닌

명쾌한 인정과 갈채를 보낼 수 있음도 성숙의 일면 아니던가.



그리고 요즘,

<내일은 미스터트롯> 보는 재미에, 목요일 밤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내가 트로트를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트로트가 이렇게 재미난 장르일 줄이야.

빵꾸가 나게 연습한 그들의 세월이, 댓가로 가져다준 이 흥건한 오락에 오딧세우스의 선원들처럼

내 마음의 배가 거의 침몰 직전이다.


우와, 오늘은 또 목요일이다.

쌈바, 쌈바, 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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