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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배롱나무가 빨갛게 혀를 내밀고

 

 

 

 

 

 

피아노를 치는 정임집사

탐나는 미소를 가진 미화집사

내가 참 좋아하는 우리 교회 식구이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내 똥차를 타고 소풍을 다닌다.

 

후루꾸 권사인 나와는 달리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을 읽고, 새벽기도도 다니는 정말 신실하신 집사님들이지만

 

소풍길에서 우리는

배불리 목사님 흉도 보고, 

씨언하게 새끼들 욕도 서로 거든다.

 

배롱나무가 빨갛게 혀를 내밀고 있는 남도의 도로변을 따라

하늘의 구름이 뭉실뭉실 하도 이쁜 날,

강진의 영랑생가랑 백련사, 다산초당을 갔다왔다.

 

6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한, 그 남자와

7년을 살고 사별한 미화집사님은

13년의 두 배인 26년이 지난 요 근래에야 

날마다 한 순간도 떠난 적이 없었다던 그 남자 생각에서

겨우 겨우 포.도.시. 벗어나게 되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가끔씩만 생각한다고

. . .처음으로 깊은 속마음을 꺼내 보여 주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피워 낸,

백일홍같은 미소가 항상 빨갛게 나풀거리는 것은

백석의 시에서 처럼 

우리 미화집사님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도, 무엇도 방해하지 못할 하나님에 대한 비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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