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마음의 상처 이외의 그 어디에도 연유하지 않는다.
독특하고 저마다 다르며 감추어져 있기도 하고
때론 드러나 보이기도 하는 이 상처는,
누구나가 자기 속에 간직하고 감싸고 있다가 일시적이나마
뿌리 깊은 고독을 찾아 세상을 떠나고 싶을 때,
은신처처럼 찾아들게 되는 곳이다.
자코메티의 예술은 모든 존재와 사물의 비밀스런 상처를 찾아내어
그 상처가 그들을 비추어 주게끔 하려는 것 같다.
다른 모든 존재와 정확하게 똑 같아지는 우리들 각자의 고독의 지점.
살아있는 것들이 도피하여 숨어드는 은밀한 장소인 고독.
비밀스러운 존엄성, 뿌리 깊이 단절되어 있어 서로 교류할 수 없고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개별성.
사물을 고립시켜 그것이 갖는 유일하고 고유한 의미만을 집적시키는 능력.
자코메티가 그려낸 대상들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안심시키는 것은
그 대상이 좀더 인간적으로 표현되어서가 아니며,
가장 좋고 부드러우면서 감각적인 인간의 현존이 대상을 감까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가장 순박하고 신선한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것, 그리고 아무것도 함께 하지 않는, 그 전적인 고독 속의 대상.
나의 고독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신의 고독을 알아본다.
.......
우연히 읽게 된 장 주네의 <자코메티의 아틀리에>에서 골라 본 구절들이다.
책을 읽고 난 직후, 또 우연히 예술의 전당에서 자코메티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전시회 기간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서울에 올라가서 보고 왔다.
고독, 시선, 걸어가는 사람, 그의 시선, 창녀 캐롤린의 눈빛, Seeing is being....
그가 내게 남겨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