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
아파하고 있는
둘째 아이 재형이.
그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그 아이의 고통과
쉽게 않을 이별의 품격에
마음이 아렸다.
가능하다면,
시간의 태엽을 빡빡히 감아서
얼른 미래로 훌쩍, 데려다 놓아주고 싶다.
"그때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
나도 그때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아"
-나는 여전했지만 여전하지 않았고
예전과 달리 누가 누구와 헤어졌대, 누구 누구를 버렸대,
주변의 속삭임에도 마음을 아파하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났다는 말은
누군가의 몸 전체에 즉, 손끝 발끝의 모세혈관에까지
뿌리를 내린 나무 하나를 통째로 흔들어 뽑아버렸다는 말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에 붙은 흙처럼 딸려 떨어져나가는 것,
무엇보다 나무가 서 있던 그 자리의 뻥 뚫린 구멍과
텅 빈 화분처럼 껍데기만 남아있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상상은
생각만으로도 아프고 참담한 것이었다.
-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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