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잠>
오후 두시의 햇빛은 지나치게 순결해
나는, 어쩔 수 없이 낮잠을 자기로 했다.
그 얇고 밍밍한 통로를 지나면
더 이상 나는 운명을 슬퍼할 짐승이 아니므로
너만 아는 늙은 개처럼
너의 가랭이 게으른 온기 속에 고개를 쳐박고
끙끙 잘디 잔 꿈을 절름거릴 것이다
자애로운 도피성의 그늘에 누워
비로소
그리움에 퉁퉁 불은 검붉은 젖꼭지
너의 앙상한 고요에 목젖 가득 물리면
저물도록 파란 눈송이 알전구처럼 피어나
나는 그만,
지하 어두운 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시디 신 석류씨 세 알을 집어 삼키고 싶은 것이다
오후 두시,
햇살은 내 낮잠 속 깊은 곳까지
끝종을 댕강댕강 울리겠지만
끝내 나는 돌아서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