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딩이었을 때는
방학 때마다 <방학생활>이라는 이름의 '방학책'이 있었다.
여러 꼭지의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맨 끝에 작은 질문상자가 있었는데
그 질문과 답을 공책에 쓰는 것이 숙제였다.
범생이 기질 못지 않게 뺀질이, 개또라이 기질도 겸비했던 나는, 일찍이
초딩 1학년 때, 요령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나름 머리를 썼던 것이다.
이 쉬운 방법을 생각해 낸 나는 역시 머리가 좋아, 라는 희열까지 느꼈던 것 같다.
그 방법은 바로,
의문형의 어미를 평서문의 어미로 살짝 바꾸는 것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옷을 입지 않고 거리행진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벌거벗은 임금님이 옷을 입지 않고 거리행진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다.
Someday
I'll do it someday.
Monday, Tuesday, Wednesday,
Thursday, Friday,
Saturday, Sunday
See? There's no someday
It's time to ride.
할리데이비슨 광고라고 한다.
지금 하.라.고.하지만
나의 이번 여름방학 컨셉은 OFF다.
의문문도 살짝 꼬랑지만 바꿔가며.
너무 더운 오늘은
옛날 영화를 다운 받아 다시 봤다.
<Nuovo Cinema Paradiso>
"여러 여자를 만났지만, 내겐 당신 뿐이었소"
엘레나에게 한 살바토레의 이 고백이 어쩌면
진심은 의문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살아 있어서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니,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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