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몇 년 웃을 걸 다 웃은 것 같다.
넌 어떻게 살았기에 이렇게 재밌어졌니?
-어떻게 살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빚도 지고 남자들이랑 잠도 자면서 살았지.
그렇게 살면 이렇게 평안하고 재미있어진다.
요즘 재미나게 읽고 있는
<너무 한낮의 연애>에 나오는 짧은 구절이다.
그녀가 평안하고 재밌게 살게 된 이유가, 알고보니
별 것 아니었다. 다들 하고 사는 것이다.
2. 통놈으로
이인분의 쌀을 씻어 선에 맞추어 물을 붓고
완두콩 한 컵을 고봉으로 넣어 밥을 지었다.
콩밥이 아니라 밥콩이다.
울 옴마는 완두콩이 나는 초여름에는
텃밭에서 거두신 그 연두빛 이쁜 것을
봉다리 가득 아예 씻어서 주신다.
"우리 선아, 지금도 그렇게 먹냐" 하시면서.
어린 시절
완두콩이나 강낭콩을 넣은 밥을 먹을 때면
나만의 독특한 '지저분한 방법'으로 콩을 흡입했다고 한다.
물을 말아서 숟가락으로 콩밥을 입 안에 넣은 후 오물거려
콩들을 혀로 모아 왼손바닥 안에 다 모았다는 것이다.
한 그릇을 다 먹기까지 그 작업은 계속되고
밥을 다 먹은 후, 왼손바닥 안에 모아진 한 웅큼의 콩을
한꺼번에 탁~!!! 털어넣는 그 맛이란.
입 안 가득 씹혀지는 그것의 충만함.
통 놈의 맛이었다.
금요일 밤에는 늦게까지 청소를 한다.
시간 많은 토요일로 미룰수도 있겠지만
주말을 온새미로 아구아구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토요일은
별 스케줄도 없이 빈둥빈둥 보내는게 보통이지만
그 한가함조차도 통.놈.으로 빨아먹고 싶기 때문이다.
내 삶도
찌질찌질 지리지말고
확, 통놈으로 살아야할텐데.
3. 그리고
"그 사람 너무 환환 불빛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 불 꺼진 뒤에 잠시 남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성복, <시창작연습3>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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