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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유연하게, 유쾌하게

 

 

 

1. 인생은 여름방학처럼

 

 

국민학교 3학년 때 난생처음 할머니와 같이 탔던 기차,

차창 밖으로 뿌리채 뽑혀 급히 사라지던 풍경들,

다시 궁금하지 않았던 그것의 행방.

 

큰 기억없이 가뭇 사라진 수 많은 겨울처럼,

2015년도 역시 그 때 사라지던 풍경들이 될 것 같다.

 

오늘, 방학을 했다.

공식적으로는 3월 2일 개학을 하니 롱롱롱 겨울방학이다.

 

'삶은 여름방학처럼'

어떤 영화감독네 가훈이라고 한다.

(설마, Like boiled summer vacation? )

(영화감독하려면 가훈부터 염두에 둬야할 듯, 박찬욱 감독네 가훈은 '아님 말고'라 하니..)

 

겨울방학을 그렇게 보내고 싶다.

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처럼,

내 맘대로, 내 맘껏, 내 맘 가는대로, 해가 저물지 않을 것처럼, 해가 뜨지 않을 것처럼.

 

유연하게, 유쾌하게.

 

 

2. 시답찮은

 

 

각각 가장 적절하게 짝을 이루는 형용사와 명사들이 있다.

상투적이어서 피하고 싶지만 그것만큼 적절한 것이 드문 짝꿍들이 있다.

 

 

이를 테면,

새빨간 거짓말,

지긋지긋한 편두통,

봉긋한 가슴,

그리고

시답잖은 충고.

 

충고는

아무리 따뜻한 말로 포장한다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국은

시.답.잖.다.

 

어젯밤 길고도 긴 편지를 한 통 썼다.

하지만 아직 '보내기'를 누르지 못하고 있다.

가족처럼 오랫동안 같이 교회를 이루고 있는 목사님께

교우들이 강하게 원하는 바를 전해야한다는 총대를 메고 고심하며 기도하며 써 내려갔지만

과연 상처가 아닌, 고언이 될 수 있을까...에서 소심해져 버렸다.

 

 

대부분의 충고는

어쭙잖거나, 시답잖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아마도 오랫동안 속 깊게 아껴온 분이 받을 상처를 내가 못 견뎌낼 것 같기 때문이다.

 

 

말을 전해줄 수 없는 사람,

더 이상 말을 붙일 수 없는 사람,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밤이다.

 

 

 

결혼 전, 동산중앙교회를 다니던 어느날 밤

김연화 자매를 데려다주는 길에 목사님과 제가 나란히 걸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목사님께서 새로 교회를 개척하시겠다는 계획을 말씀하시며

간곡하게 동참을 권고하셨던 그 밤. 지금 문득 그 밤이 생각납니다.

제게 목사님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신 분이세요.

그런 것처럼 목사님께도 저는 특별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제가 지금 목사님께 쓰려는 내용들을,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밤, 목사님께서 제게 은밀하게 말씀하셨던 제안처럼

이 밤, 그 날의 응답처럼

제가 목사님께 속 깊은 친구처럼 털어놓는 부탁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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