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문학세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 백석 시인에게 똑같은 영향을 끼친 일본의 시인이
바로 이시카와 타쿠보쿠라고 한다.
그의 시집을 뒤적거려 몇 구절 적어 보았다.
**
내 친구는 낡은 가방을 열고
희미한 촛불이 흩어지는 마루 위에
여러 가지 책을 꺼내 놓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이 나라에서 금지된 것들이었다.
마침내 내 친구는 사진 한 장을 찾아내어
“이거야” 하고 내 손에 얹어 놓고는
조용히 또 창에 기대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예쁘지도 않는 젊은 여인의 사진이었다
**
손때도 묻지 않은 그 종이 위에
잘못하여 엎지른 포도주가
흠뻑 베어 읽어갈 수 없는 슬픔
**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꽃을 사들고 돌아와
아내와 즐겼노라
**
죽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목에 난 흉터를 보여주는 작부.
나혼자 울어보고 싶어서, 가서 자보는 여관집 이부자리
무작정 가고 싶었을 뿐탔던 기차 내리자
어디 더 갈 데 없다
**장난하느라 어머니 업고세발자국을 못 옮긴다 너무 가벼워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 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스스럼없이 지껄인 얘기들은
스스럼없이 그대도 들어주오
그저 그것만으로
이 세상에서 밝은 것만을 취해 빨아들인 듯
새까만 눈동자
지금도 보고 싶어
**나무 등걸에 한쪽 귀 대고 하염없이 껍질을 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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