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아이유의 <너의 의미>라는 노래가 유행이다.
그 노래 중 내겐,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유의 파트가 아니라
아주 짧게 나오는 김창완의 첫 목소리가 너무 좋다.
그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너의 한 마디 말도'는
비로소, 나에겐 커다란 의미가 되어버리는 듯하다.
게다가 그가 중간에 내뱉는 말이라니,
'넌 도대체 나에게 누구냐'
사랑은 대체로 쓸쓸하다.
사랑하게 되면 외로워진다.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 <슬픈 카페의 노래>의 어밀리어의 사랑도 참 쓸쓸하다.
180센티의 장신에 사팔뜨기인 그녀는 남자이상으로 힘이 세고 건장하다.
인색하고 야비하며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어느 날 자신의 가게로 흘러들어온 난장이 꼽추 라이먼.
못되 먹은데다 오만하기까지한 라이먼을 향한 어밀리어의 사랑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헌신적이다.
"그를 바라볼 때면 미스 어밀리어의 얼굴에는 늘 그윽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떠올랐고
'라이먼'하고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밀리어의 사랑은 황폐하기 짝이 없었던 마을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녀의 카페는 마을의 따뜻한 중심이 된다.
어밀리어가 빚어내는 술은 잠깐 동안이라도 자신이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존재라는 아픈 기억을 잊고'삶을 새롭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카페에 어밀리어와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는
마빈 메이시가 나타남으로 이 기괴한 사랑은 균열이 생긴다.
흉포했던 그가 그녀를 사랑함으로써 양순하게 변했으나 그녀로부터 버림받은 이후
다시 포악해져 감옥에 있다가 가석방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마빈 메이시를 보자마자 라이먼은 광적으로 메이시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어밀리어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메이시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거의 승리가 굳어지는 순간 라이먼이 달려들어 결과는 역전이 된다.
라이먼과 메이시가 떠난 카페는 문이 닫혀지고
다시 마을은 생명을 잃어 황량해지는 모습, 폐인이된 어밀리어의 묘사로 소설은 끝난다.
카슨 매컬러스는 소설의 중간에서 자신의 긴 사랑론을 얘기하면서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사랑이 신비로운 이유는 사랑이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며
그래서 사랑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요 외로움이라고 한다.
사랑은 쓸쓸하지만
동시에 모든 사랑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번역자 장영희씨가 책의 말미에 덧붙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번역을 할 때
어밀리어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