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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we are seven

 

 

.........

"How many are you, then," said I,
"If they two are in heaven?"
Quick was the little maid's reply,
"O master! we are seven."

"But they are dead; those two are dead!
Their spirits are in heaven!"
'Twas throwing words away; for still
The little maid would have her will,
And said, "Nay, we are seven!" 

 

 

William Wordsworth의 시 <We are seven>의 마지막 구절이다.

가족의 수를 묻는 화자인, 어른의 질문에 여덟살 소녀는

'우리는 일곱명이에요'라고 대답한다.

두명은 콘웨이에 살고, 두명은 선원이 되었고

또 두 명은 교회 앞마당에서 자고 있다고.

두 명이 하늘나라로 갔다면 어떻게 여전히 일곱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소녀는 다시 말한다.

'Nay, we are seven!'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희숙이는

여실리 방앗간 집 딸이었다.

방앗간에 딸려있는 뒷방이 안방이었던 희숙이네 집에서

가끔 같이 숙제를 하곤했는데 그럴 때마다

도저히 아무 것에도 집중할 수 없을만치 '달달달달'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났던 기억이 난다.

 

- 넌 안 시끄럽냐?

- 어, 난 아무렇지도 않아. 

 

뒷 마당 끝에 위치한 화장실에 갈 때면

옥양목 빨래처럼 빨랫줄마다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 걸려 있던

마당 가득하던 국수들이 새하얬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나는 그 사이를 혼자서 한참씩 걸어보곤 했다.

 

희숙이가  남동생 '상용이'를 부를 때마다

기분이 묘했는데, 우리 아버지와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을 희숙이에게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달달거리는 소리때문에 멀미가 날 것 같았던

우리가 같이 보낸 그 시간 속에서,

같이 숙제를 하다가도 먼지를 허옇게 둘러쓴 엄마의 부름에 총알같이 달려나가기도 하고

동생의 밥상을 차려주기도 하는 희숙이를 보며

'참 좋은 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그 희숙이와

얼마 전에 연락이 닿았다.

도톰한 입술, 동글동글 붉은 얼굴, 웃으면 눈이 보이지 않는 히히 희숙이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런데 이름이 혜숙이, 안혜숙으로 바뀌어있었다.

 

아아, 희숙아.

싫어, 싫어 나는 그냥 희숙이로 부를래~

달달거리던, 항상 어수선하던 너의 집 안방, 뒷 마당 가득하던 하얀 국수

그리고 나의 작은 비밀, 상용이.

 

혜숙이와는, 아무런 추억이 없는 걸.

 

 

 

내가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보풀이 일어나 있어도,

검불이 묻어있어도,

내 기억 속의 그 그림으로.

Nay, we are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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