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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differently different

 

그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좀 난감해진다.

30년을 넘게 같이 살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아직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게 있어야 하나요?'

잘못된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뜨악한 표정으로 되묻기도 한다.

사실 나는 어영부영 결혼했다.

그와 지봉금 씨네 뽕나무밭에서 키스를 여러 번 해버리기도 했거니와 

결혼 적령기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그였기에 그와 결혼했버렸다는 말이 맞다.

천만다행인 것은 주택복권 뺑뺑이 돌리기처럼 얻어걸린 내 평생의 룸메이트가 

살아보니,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와 나는 참 다르지만 말이다.

 

그는 뚱땡이고 나는 날씬하다.

그는 더위를 못 참고 나는 추위를 못 참는다.

하지만 둘 다, 해가 느리게 지고 구름이 이쁜 여름을 좋아한다.

티브이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나는 밥을 먹다가도 일어나서 춤을 춘다.

춤을 전혀 못 추는 그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다.

나는 편지봉투를 아무렇게나 북 찢지만 그는 가위로 가지런히 자른다.

운전하고 가다가 끼어드는 놈을 보면 나는 전혀 화가 나지 않지만

그는 반드시 욕을 해 준다.

'저 후랴덜놈이!'

그는 천변 걷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그가 나간 사이

홈쇼핑에서 그 몰래 옷 사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그는 일 년 가야 책 한 권 읽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글을 내심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나는 안다. 

나는 집을 정돈하는 일에 소질이 없는데

그는 집이 정돈되어있지 않은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는 자주 나에게  '내가 지켜줄게, 걱정 마.'라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매번  '제발 나 좀 지켜주지 마.'이다. 

 

 

-책방, 소리 소문: 정기휴일이어서 ㅠㅠ

 

-책방, 아베끄

 

-책방, 아베끄

 

 

 

 

엊그제 화요일에는 제주도 서편에 위치한 독립 책방 두 군데를 갔다 왔다.

책방 '소리 소문'과 '아베끄'.

전혀 그의 취향 일리가 없음을 알기에 알랑 방귀를 뀌어가며 겨우겨우 서점까지 데리고 갔다.

먼저 도착한 '소리 소문'은 조용했다. 불도 꺼져있었다. 정기휴일이었다.

아차, 확인하는 것을 내가 깜빡했던 것이다.

 

'아이고, 우리 각시가 하는 일이 그렇지.

어여 와, 사진이라도 찍고 가야지.

무슨 서점이 가정집 같이 이상하게도 생겼네.

하루에 한 권이나 팔리나 모르겠다.'

 

 

암말도 못하고 얌~전히 앉아서 포즈를 잡았다.

 

We are so different,

                           but so comfo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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