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균이와 재형이 부부가 휴가를 내어 합류하여, 3박 4일 같이 머물렀다.
재형이가 오기로 한 날에 하필 태풍 송다가 북상하고 있던 터라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없을지 당일 아침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일에 지친 아이들이 그나마 쉴 요량으로 듬뿍 기대하며 기다리던 휴가였던지라 행여 실망할까 봐,
제발 비행기 뜨게 해주세요, 기도하며 밤새 창문 밖의 바람의 세기를 확인했다.
막상 아침이 되니,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가 뜨는 게 더 걱정스러워 기도의 내용이 바뀌었다.
마침내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연락을 받고, 합류하기 위해
와이퍼도 감당하기 힘겨워하는 비바람을 뚫고
1139번 도로를 운전하고 제주공항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내내 기도를 멈출 수 없었다.
'무사히 안전하게 착륙하게 해 주세요.', '하나님 꼭 도와주세요, 제발.'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간 우리 부부의 걱정과는 달리
밝게 슬리퍼를 끌며 나오는 재형 부부의 얼굴을 보고서야 치사량을 웃도는 걱정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맞다, 엄마의 걱정은 치사량을 웃돈다.
다 돈을 버는 놈들이지만 그 놈들이 음식 값 계산하는 것을 차마 견딜 수 없고,
언행에 거침이 없는 동생에 비해 과묵한 형, 홍균이가 행여 마음 불편한 건 아닌지,
빗길에 너무 늦게까지 서귀포의 카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대했던 만큼 휴가는 즐거웠는지...
밤에 시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제주도에 비가 많이 온다도만, 괜찮냐?'
구순을 눈 앞에 둔 노모는 환갑이 넘은 아들을 걱정하고 그 아들은 또 그 아들을 걱정하는
끊임없는 염려의 뫼비우스 고리 안에서
우리는 신 앞에 자식을 볼모로 잡힌 약한 자가 되어
어찌할 수 없이 겸손하고 낮은 자가 된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1
-며느리와 시어머니 2
-카페, 진정성 앞
-홍균이랑 비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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