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감하게 가슴 부분을 노출하고 람보르기니에 비스듬히 기대어 찍은 사진을 올린
한예슬 배우는 안티팬들에 의해 '꼭 그러고 싶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그녀는 한 마디로 시원하게 맞받아쳤다.
'아끼다 똥돼요.'
'짧은 인생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사랑하다가 가렵니다.'라며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그녀 다운
일갈이다.
멋지다.
차를 바꿨다.
1996년에 첫 차, 2009년에 두 번째, 이번에 세 번째 차를 구입했었으니
야물딱스럽게 국물까지 우려먹은 경제적인 자동차의 사용이었다.
차 사용기간의 이력을 훑어보건대
어쩌면 나의 세번 째 차인 요놈이 영구차 이전의 마지막 차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햐, 순간, 내 인생 끝을 향해 아우토반의 쾌속질주를 하고 있구나, 라는 씁쓸함과 황망함이 잠시 스쳤다.
어쨌든,
내가 누군지는 내 차로 말해주겠어, 라는 일반적인 남자들의 자동차 허세와는 달리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는 이번의 세 번째 차 역시, 그 이전의 놈들과 같이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에야 처음 대면식을 했다.
너무 크고
너무 비까 번쩍하고
그리고 너무 비쌌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이제는 학교에서도 나이로는 탑 오브 탑이 되어가고 있고
교장 교감도 못 해보고 추레하게 평교사로 정년을 할 처지이고
얼굴의 주름과 기미는 21호 물광 메이크업을 들뜨게만 만들고
미소는 더 이상 화사하지 않고, 갱년기 짜증만 증폭하고 있는 나.
남편 눈에,
자동차로라도 가오를 잡아줘야 할 엥꼬 수위의 자존감이 앙상하게 드러나 보였나 보다.
어쨌든 나의 새 차는 현재 나의 상전이시다. 아직은.
어딜 가려면 먼저 그곳의 주차장의 상태부터 점검하게 된다.
아무 곳에나 쑤셔 박아 놓던 이전의 차와는 달리 퇴근 후에는 항상 지하주차장 가장 좋은 곳으로 모신다.
융으로 된 소낙스 걸레로 자주자주 반짝반짝 닦아준다.
온순한 흑표범같은 그 놈 역시 나를 상전으로 모셔주는 까닭에
승차감은 What a wonderful world, 맞는 것 같다.
구태여 속물스러운 표현, 하차감이란 어휘까지 쓰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차를 모는 일은 기분 좋은 일, 맞다.
과하다 싶은 소비라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를 따로 설정해 두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꼭 그러고 싶을 때는 그래야 한다.
물질의 소비가 되었든, 감정의 사용이 되었든.
Eat dessert first, because life is short.
아끼다 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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