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의 관상
오랜 시간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한 이들이 뿜는 특유의 기운이 있었다.단순히 재료뿐 아니라 그 사람이 먹는 방식, 먹는 속도 등이 만들어낸 순수한 선과 빛, 분위기가 있었다.편안한 음식을 취한 편안한 내장들이 자아내는 표정이랄까,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찰나가 쌓은, 작은 쾌락이 축적된 얼굴이랄까,아무튼 그런 인상을 가진이들이 있었다.기태는 그걸 자기 혼자 '내장의 관상'이라 불렀다.음식의 원재료가 품은 바람의 기억, 햇빛의 감도와 함께 대장 속 섬모들이 꿈꾸듯 출렁일 때 그 평화와 소화의 시간이 졸아든 게 바로 '내장의 관상'이었다.-김애란, 「이물감」, 《안녕이라 그랬어》, 문학동네, 2025, 179쪽- 동산촌 우리 집의 여름날 간식거리에는 여지없이 밥풀이 묻어있었다.찐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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