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마지막으로 뭘 할거에요?
- 저는 세상이 끝나는 날엔 꼭 맛있는 걸 먹을거에요.
좋은 재료를 써서 잔뜩 만들고 좋은 사람만 초대해 술도 한잔하며 느긋하게 즐길거에요.
- 그 날 저도 불러주세요.
-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어요. 세계지도를 펴 놓고 눈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한 곳을 짚었는데
그곳이 핀란드였어요.
- 저기, 식당말인데요. 손님이 많이 오질 않는데 헬싱키 가이드북에다 광고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 카모메 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조그만 식당이에요.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일상음식을 제공하는 작은 식당.
지나던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 먹을 수 있는 곳이길 바래요. 우리가 꾸준히 일하다 보면 차차 손님이 늘거에요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그만둬요.
- 영화 <카모메 식당> 중에서 -
둘째 재형이가 드디어 카페를 오픈했다.
<villain>
오랫동안 혼자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이 된 아들을 볼 수 있었다.
개업 전 날, 해주고 싶은 말이 수북했으나
대신 손편지로 내 마음을 전달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우리 재형이가 행복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행복한 곳.
삶에 안달나지 않으며, 돈 버는 일에 조급해하지 않으며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이 어디에도 부딪혀 튕겨나가지 않을 수 있는 곳.
지도를 놓고 손가락으로 아무 곳이나 짚어서
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villain>을 운영하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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