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명언이라고 알려진
'네 자신을 알라'는 사실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그리스와 로마에 널려 알려져 있던 말이다.
아폴론을 모시는 델포이의 신전에 신탁(오라클)을 받으러 가는 자들은
그 입구에 써 있는 그 구절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오이디푸스의 신탁을 비롯한 신화 속 거의 모든 신탁은 100%의 실현률을 보였으니
영험하기 그지 없었다.
미래의 일에 대한 예언의 적중률에 거의 오차가 없는 신묘막측한 능력을 가졌던 신탁의 제공 장소에
'나(아폴론)를 의지해, 임마'라든지 '그래봤자 소용없어, 새꺄'같은 문구가 써 있어야 마땅할 텐데,
'그노티 세아우톤(Know thyself)'라니.
친구들과 지리산 자락으로 일박이일 소풍을 갔다왔다.
지리산 봉우리들이 허옇게 눈을 얹고 있었고
쨍그랑 입에서 나오는 말마저 얼어붙을 듯한 강추위 속에서 화엄사 가는 산책길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로 가득했다.
밤 늦도록 맥심 커피스틱을 이용한 윷놀이는 내겐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르게 즐거웠고 눈 뜨자마자 리턴매치에 돌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시간은 따로 있었는데
유일한 숫컷으로 동행한 총각도사님 요셉이로부터 사주와 운세를 보는 시간이었다.
진숙이는 재복은 많으나 문서로서의 재복이어서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했고,
은선이는 2년 후부터는 나무에 꽃이 피는 팔자라 했다.
돌싱인 영신이는 팔자에 남자복이 없으며 있다해도 절대 남자는 만나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나를 찔벅거리며 생년월일을 대라했고,
아니면 우리 재형이 사업운이라고 보라고 했지만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았지만, 궁금한 게 너무 많았지만, 미래의 운명을 듣는 것처럼 재미난 게 없는 줄 알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나의 팔자가 그다지 순조롭지는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
미리 알아봤자 별 것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믿는 하나님은 요것, 조것 잡다하게 내 삶에 쑤셔박아주셨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조합을 이루어 결국은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주셨지않은가.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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