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도 잘못이다>
- 문제림 -
춘계 전국야구대회 1차전에서 탈락한 산골 중학교 선수들이
제 몸뚱이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고, 목련꽃 다 떨어져 누운
여관 마당을 나서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저마다 저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지 모두 고개를 꺾고 말이 없다.
간밤에 손톱을 깎은 일도 죄스럽고, 속옷을 갈아입은 것도 후회스러운 것이다.
여관집 개도 풀이 죽었고
목련도 어젯밤에 꽃잎을 다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흔든다.
봄은 미신과 가깝다.
겨우 사흘 붉은 벚꽃과 같다는 우리 인생.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그 덧없음을 알리 없겠지만,
이틀 간
폰을 걷지 않는 폰휴가를 주고
벚꽃 사진전을 제안해봤다.
사비 이만원 걸고.
생각만큼 아이들의 호응은 많지 않았고
그저 폰을 안걷는 것에 환호할 뿐이었다.
꽃이 피었을 때라도
가끔 넘어져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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