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rose for Emily

꽃 필때라도 넘어지자

 

 

<목련꽃도 잘못이다>

                                    - 문제림 -

 

춘계 전국야구대회 1차전에서 탈락한 산골 중학교 선수들이

제 몸뚱이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고, 목련꽃 다 떨어져 누운

여관 마당을 나서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저마다 저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지 모두 고개를 꺾고 말이 없다.

간밤에 손톱을 깎은 일도 죄스럽고, 속옷을 갈아입은 것도 후회스러운 것이다.

 

여관집 개도 풀이 죽었고

목련도 어젯밤에 꽃잎을 다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흔든다.

 

봄은 미신과 가깝다.

 

 

 

 

 

 

 

 

 

 

 

 

 

 

 

 

 

겨우 사흘 붉은 벚꽃과 같다는 우리 인생.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그 덧없음을 알리 없겠지만,

 

이틀 간

폰을 걷지 않는 폰휴가를 주고

벚꽃 사진전을 제안해봤다.

사비 이만원 걸고.

 

생각만큼 아이들의 호응은 많지 않았고

그저 폰을 안걷는 것에 환호할 뿐이었다.

 

꽃이 피었을 때라도

가끔 넘어져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까닭이다.

 

 

 

 

 

'A rose for E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들안타인부 신드롬  (0) 2017.05.15
봄날엔 어딘들  (0) 2017.04.25
타인의 연애  (0) 2017.04.10
오무사  (0) 2017.03.29
고갱의 의자  (0)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