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봤다.
어떤 이는 '사랑이라는 결핍을 견디고 있는 인간의 초상'에 대한 영화라고도 했고
어떤 이는 홍상수의 영화 중에서 가장 쓸쓸한 영화라고도 했지만
내 생각에는
김민희와 홍상수 자신의 목하, 사랑에 대한 설명 같았다.
합리화라면 합리화고.
그래서 쓸쓸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낱낱의 대사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술자리에서 거나해진 김민희는 취기에
매력 터지게 애교도 부리고 승빨도 내면서 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답게 살기로 했어.
난 지금 죽어도 아무 미련이 없다고
그냥 사그라들어도 좋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솔직해야한다고'
김민희와 자신의 페르소나인 문성근의 입을 통해
홍상수가 하는 말은 뻔하다.
그만 비난하세요.
우리 다 알아요.
상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사랑하다가 사그라들어도 그걸로 충분해요.
"뭐야, 홍상수, 찔질하게, 구구절절 변명은.
그러니 이야기꾼의 권력이라는 말을 듣지.
그것마저 그냥 냅두지......."
처음 그들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그랬지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나는 그냥 홍상수스럽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저 사그라들 뿐인 우리 생애 속에서
그가 선택한 그의 삶의 방식에 대해 전혀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의 영화 속에서
작정하고 설명하는 그가
너무 소심해 보였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은가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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