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내내 입었던 수면바지를 빨아서
양지바른 베란다에 너는 걸로 방학을 마무리했다.
사진을 찍어보니 다리가 격하게 짧다.
점심식사 약속을 지킨 후
2시 40분 영화를 혼자 보러 갈 계획이었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니 4시가 지났다.
6개월짜리 영어과 심화연수를 통해 친하게 된 그녀들은
참 선하다. 다 고만고만하다. 학번도 쪼르르르 비슷하다.
지난 겨울 영국 연수를 또 같이 가려 기를 썼으나
둘은 성공했고 한 명은 시도를 안했고 가장 열망했던 나는 떨어졌었다.
벚꽃이 피면 바쁠 것 같다.
진안 벚꽃길을 구경한 후 해오름 마을에 전원주택을 지은 미숙샘 집에 가서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가을에는 모악산 아래 구이마을에 세컨하우스를 지은 명화샘 집에 가서 국화차를 마시기로 했다.
'아, 부러워죽겠네. 질투는 안하고 부러워만 할게~'
부러워하기와 질투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내가 그네들보다 나은 것을 애써 찾아내어 스스로 위로를 삼으려는 노력이
예전에 비해 확 줄어든 걸 보면 둘 중의 하나다.
늙었거나, 성숙했거나.
키가 작은 내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높은 굽'이다.
학교 슬리퍼도, 교회 안에서 신는 실내화도, 골프 필드에서조차도
높은 굽이다.
신발을 벗는 식당 안에서는 본능적으로 뒤꿈치를 들게 된다.
떨궈지지 않는 불편함이다.
그런데, 어느 날
<생활명품>이라는 책에서 윤광준씨가 한 말이 내게 평안으로 다가왔다.
'난 더 많이 아는 사람에겐 언제나 자리를 양보한다.
자신없는 일을 말하는 것은 의혹을 키우는 출발이다.
혼란의 시대에 쓸데없는 말을 더하는 짓은 죄악이다.'
질투로 경직된 입을 가까스로 가리고 있기보다는
감동이 되는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갖춘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경쟁에서 풀려나는
매직임을, 선한 아름다움임을 가까스로 깨닫게 되었다. 이제야.
나의 깔창을 빼다보면
의자를 양보하는 일이 더 쉬워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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