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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ba the Greek

화냥연화

 

 

 

 

<화냥연화>

 

 

 

 

띠엄띠엄 도착하는 단풍잎 같은 친구들

쏘맥이 몇 순배 돌고

계란말이에서 낙지볶음으로, 청량고추 듬뿍 친 부추전까지

채울수록 허기지는 그리움의 소갈을

보공처럼 얼큰하게 채워 가다보면

말은 차츰 느려지고

객주가 난초실 낡은 벽지처럼 말꼬리 간혹 그 길을 잃다가 문득,

선희와 호준이가 나란히 앉아서 봤다는

<화양연화> 얘기 또 나오는데

졸리운 강아지처럼 눈빛 선한 우리 호준이 놈

이미 귀밑까지 취기가 꽂혀 자꾸만

화냥연화 화냥연화

맨드라미같이 순한 혀 붉게 꼬이기만 하는데

마지막 서비스로 상에 오른 싱거운 맹미역국 돌려가며 후루룩 마시다보면

밥티처럼 다정한 그대들 사랑스런 주사처럼

머리꼭지에 앉았던 허연 불면의 무게마저 명랑한 농담이 되어버려

우리 삶을 가끔씩은 절반쯤 서로 포개어 놔도

전혀 화냥스럽지 않을 것 같은

어느 늦가을의 선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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