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교수의 마지막 강의>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월터교수는 중얼거린다.
'양배추를 심고 있을 때..'
'양배추를 심고 있을 때 죽음이 찾아 오기를 바란다.
죽음에 무심한 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을 때' 라는 몽테뉴의 말이라고 한다.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소풍을 마친 현주쌤을 만나러 갔다왔다.
고개만 돌리면 어디에서라도 금방 나타나줄 것만 같은 일 년이었다.
검정색 옷이 아니라
평소에 이쁘다고 했던 노란 원피스를 입고 갔다.
같이 가곤 했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도 한 잔 뽑아 가지고 갔다.
까불까불 어울려다니던 시절,
노래방에서 현주샘이 즐겨부르던 추가열의 노래를 부르려다가,
문득, 묘비 뒷면의 글을 처음 발견하고는 마음을 잃고 말았다.
'우리 보고 싶지 않나요,
우린 많이 보고 싶은데'
제비꽃이 소복하게 핀 그곳을 둘러보며
월터교수가 소망했듯, 나도
죽음에 무심한 채, 양배추를 심고 있을 때,
소풍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리고
군대에 간 남자들이 가끔가다 휴가를 나오듯이
현주샘도 한번씩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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