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는 들창고다. slightly.
콧구멍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것은 최근에서야 일이다.
전에는 콧구멍에 별 관심이 없었다.
idle, idle, 심심할 때 찍어보는 셀카의 각도에
유의할 점이 있었으니 고개를 10도 정도 진중하게 숙여주어야만
비로소 콧구멍이 다소곳해진다.
'우리집이 억대 사기를 당한 것은
순전히 당신의 코 탓이야.
코구녁이 하늘을 보고 있으니
돈이 줄줄 새지'
언젠가부터 나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콧구멍부터 보게 되었다.
아, 저 사람은 돈이 좀 모아져 있겠는걸,
하이고, 저 여자는 부자되기를 글렀네.
얼마나 즐겁고, 타당한 이유인가,
이렇게도 유쾌하고 유연한 면죄부라니.
사람들은 일생의 90% 이상의 시간을
자기합리화에 사용한다고 한다.
그나마 콧구녁이 커서,
그나마 핑계댈 수 있어서,
우리는 가까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합리화란 제법 아름다운 방어기제이다.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더 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김동환, 웃은 죄..
복도 옆, 바람 난 살구나무 봉긋봉긋하다.
간 밤의 비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담한 벚꽃 무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발설하고 마는 황홀한 폭로같다.
오늘은 벚꽃 핑계대고 한 잔 해야할 것 같다.
일 나면, 뭐
내가 뭘 했다고, 웃은 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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