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rose for Emily

늑대별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 말에서 내려 한참을 서 있는다고 합니다.

발걸음이 느린 자신의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그렇게 가끔씩 기다려준다고 합니다.

 

분주했던 한 해가 끝을 향해 달리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 11월이 다가오면

우리도

잠시 말에서 내려서, 먼지를 일으키며 뿌옇게 달려 온 길을 문득,

뒤돌아보고 싶어집니다.

 

 

 

 

 

 

 

 

미국의 작가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네가 삶을 이렇게 바라봤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책으로 대신하고 싶을 때 선물하곤 하는 책입니다.

 

베스트셀러를 넘어서 스테디셀러의 목록에 들어가는 이 책은

고아인 체로키족 인디언 소년  '어린 나무'가 백인들의 인디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산 속에서

살게 된 조부모 내외와의 삶을 토대로 한 소설입니다.

 

정복이 아닌 교감과 경건의 대상으로 자연을 보게 되고

작고 하찮고 보잘것 없는 것들의 영혼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차츰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작은 나무'의 성장과정입니다.

 

-덕분에 나는 저녁마다 늑대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내 침대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창문이 있었는데

나는 그 창문으로 늑대별이 반짝이는 것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 별은 저녁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면 창백한 얼굴로 빛을 비추다가

밤이 어두워질수록 점점 더 밝은 빛을 토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 윌로 존까지 저 별을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저녁마다 창가에 한 시간씩 서서 늑대별을 바라보았다.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나에게 추억들을 보내주셨다.

할아버지와 나는 아침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산꼭대기에 앉아 있다.

햇빛을 받은 얼음이 찬란한 빛을 뿜으려 반짝거리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산이 깨어나고 있어"

그러면 나는 그 창가에 서서 이렇게 대답한다.

"네, 할아버지. 산이 깨어나고 있어요."

 

'작은 나무'가 도회지의 고아원으로 강제로 보내어진 후,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홀로 창가에 서서 늑대별을 바라보며 중얼중얼 대화를 하듯,

우리도 그리운 것들을 잃어버리고 정처 없을 때

체로키 인디언 소년처럼

붉어진 얼굴로, 늑대별을 바라볼 일입니다.

 

 

 

 

 

 

 

 

 

 

 

'A rose for E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훔쳐가는 노래  (0) 2014.11.18
잘가요, 엄마  (0) 2014.11.18
못들은 체 안하시고  (0) 2014.11.15
안아줘요  (0) 2014.10.30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인, 실망  (0)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