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걸어서 퇴근을 했다.
차를 학교에 두고
걸어서 퇴근을 해 보았다.
해찰하며 걸었다.
출퇴근 때 매일 스쳐 지나쳤던 풍경들이,
갯벌에 빠져 빼내어지지 않아
퉁퉁 불어버린 나의 두 발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걸어줬다.
#2. 여드름이 날까
"아파서요. 책을 읽으면 좀 덜 아프거든요"
"좋은 책을 읽으면 여드름이 나요"
내게도 독서는 깊고도 독한 쾌락이다.
영혼의 올가즘이다.
주문한 책을 기다리는 시간은
애인의 답장을 기다리는 설레임이다.
너무 좋았던 책, 두 권을 다시 주문했다.
그녀도 여드름이 날까.
#3. 나는 사랑을 믿어.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아'라고 말할 때
대체로 나의 대화 상대는 내가 아주 못된 놈을 만나서
심장이 부러진 적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말을 할 때의 내 혀의 색깔은 허얘져서
못되고 헛된 사랑에 영혼이 뼉다구까지 낡아져버린 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사랑을 믿는다.
다만
사람에 '지나치게' 실망하고 싶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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