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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생리통

 

 

 

 

젊을 적 생리통이 심했었다.

입덧을 하듯 '사리돈'까지 토할 정도여서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여동생이 괴상한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역시 말 못할 표정으로 바라보던 오빠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가는 것은

국방부의 시계만은 아니어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은

가장 유용하게 통속적이다.

 

 

 

 

 

 

 

 

 

모든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기억의 조각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은 꽝하는 소리가 아니라

흐느끼는 소리라고 하니,

 

 

천만다행이라고 등을 토닥여줘야할 것만 같은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라는 말은, 사실은

내가 하기에도

내가 듣기에도 쓸쓸하다.

무표정하게 내미는 마모된 오십원짜리 거스름돈 같다.  

 

 

 

 

생리통이 심했던 시절은 그래도 젊었었다.

꿈의 가장자리에도 레이스가 달려있었을만큼 반짝이는 날들은 결코 아니었지만

주체할 수 없는 중독이 나를 살리던 시절이었다.

 

 

이 나른한 고요의 초여름,

게보린이 없어도 생리의 일주일은 쉬이 지나가지만

오빠들의 낯선 걱정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끙끙 앓수 밖에 없었던 그 통증이 아련하다.

 

 

그럼에도

다만 사랑할 수 밖에 없을만치

부서지기 쉬운 존재들이란 게

참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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