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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방황

 

 

 

 

 

- 노무현은 세례받은 천주교인이었지만 종교에 열성적이지는 않았다.

2002년 대선 후보시절 김수환 추기경을 만났을 때,

1986년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로부터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얻었지만

성당에 자주 못 나가서 종교란에 무교라고 쓴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하느님을 믿느냐'물었고, '희미하게 믿는다'고 답했다.

추기경이 확실하게 믿느냐고 재차 묻자 노무현은 잠시 고개를 떨구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프로필 종교란에 '방황'이라고 쓰겠습니다.'

 

 

아침 신문에서 본 글이다.

역시 인간 노무현답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over time class때문에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무쟈게 바쁘다보니,

이렇게 비까지 축축하게 내리는 토요일은

오로지 '빈둥거리고 싶다'

이를 통놈으로 즐기기위해 청소마저

금요일 밤 늦게, 해 치운다.

 

 

 아, 느작느작느작느작...하느작하느작...

 

 

맨날 집구석에서 뒹굴다가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면 아내의 방에서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며 아내의 체취를 맡던 <날개>의 '나'처럼

이렇게 느작거리다보니

겨드랑이에서 하느작 하느작 날개가 돋아나려고하는 이 토요일 아침의 덤, 프리덤~!!

 

 

앗, 그런데

벌써 오후다.

 

 

서서히 일어나야한다.

한달 전부터 틈을 벌려가며 준비한 '쌩쌩데이(Thanks thanks Day)'가 드디어 내일이다.

우리 교회, 중고등부 가장 큰 행사이고, 내가 책임총괄이다.

'오빠가 말 안해도 사랑하는 거 알지?'는 사랑하지 않는거다.

그래서 준비한 행사이다.

말 안하면 모르므로, 말해보자는 거다.

고마움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는 건데,

역시 연식이 쌓이면서 루틴에 빠지고 있다.

 

이럴 때는

나도 노무현처럼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진다.

나의 이 불온은 색깔이 진해서 여간 위장해서는 금방 뽀록이 날 것같다.

그래도, 천국이 없다면 나 역시 가장 불쌍한 자 중의 하나일 정도로

내 안의 진득한 기쁨의 근원은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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