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비
'니가 무슨 애비냐, 에미지'
친구에게서 카톡이 와서 웃었다.
어제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가버린 장국영이 생각이나서
폰의 프사에 그의 사진을 걸고 '아비.'라고 적어놓은 탓이었다.
머무르는 것을 거부했기에
언제나 외로운 새였던 그.
수 많은 여자를 만나왔기에
누구를 사랑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던 그.
아름답지만 슬픈 그 남자가
많이 생각난 하루였다.
# I really like you
칼리 레이젭슨의 싱글앨범,
<I really like you> 뮤비의 주인공이 톰 행크스이다.
참 재밌다.
58세의 나이에 동실동실 살까지 붙은 그가
'난 네가 정말 미치도록 좋은데, 너는 어떠니?"라는 노래의 주인공이라니.
수업 시간 말미에 학생들에게 보여주니
아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톰 행크스를 모르는 까닭이다.
그가 그들에게 준 기억이 하나도 없기에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게 당연하다.
나만 즐겁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의 한껏 들뜬 모습의 그에게서
한 물간 살찐 중년의 별 볼일 없는 남자가 아니라
<필라델피아>의 앤드류와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의 쌤과
<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를 보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 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 덕분에 내 맘껏 살 수 있다.
# 소풍
터미널에 딸린 백화점에서
코발트 블루빛 머플러를 샀다.
아랫층 <반디앤 루니스>에서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도 한 권 샀다.
시간표 교체로 연거퍼 신세를 지고 있는
유정쌤과 상흠쌤에게 주고 싶어서
이쁜 포스트 잇과 양말을 한 켤레씩을 샀다.
한 달에 한번의 서울행은 내겐 소풍이다.
고속버스의 제일 앞자리를 고수하는 것도
수요예배를 빼 먹을 수 있는 수요일을 택한 것도 공간과 시간을,
룰루랄라 통놈으로 즐기고 싶은 까닭이다.
이제 제법 정이 든 의사와의 대화를 주로 내가 이어가는 걸 보면
치료는 요원할 것 같고, 소풍은 지속될 것 같다.
봄 밤에 무엇이 보일까만,
사방에 꽃년 꽃놈들 정분 난, 4월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