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스틀이라는 화가의 <웃는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크게 벌린 입은 웃는 게 분명하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이 자화상을 마지막으로 그는 25세에 자살을 했다.
음악가 쇤베르크의 아내, 마틸드와 사랑에 빠진 그는 결국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가정으로 돌아가버리자 슬픔과 절망감에 자신의 아틀리에에
불을 질러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자살을 한다.
내가 보는 신문의 <이재익의 명대사 열전>, 오늘 글이 재밌다.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 나온 대사라고 한다.
주인공 호구는
사랑의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여동생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내가 미술학원 다닐 때 물감이 아까워서 조금씩 썼거든.
그랬더니 반도 못 쓰고 다 굳어버려서 못 쓰게 되었어.
물감이랑 마음이랑 똑같아. 아끼지마. 그러다 굳어버리니까
감정의 손익계산에 영특한 이 세대에,
냅다 바로 내뺄 수 있도록 마음의 가장자리만 살짝 걸치는 이 세대에,
사랑의 감정에 스스로 매몰되어 침몰이 되는 사람은
그야말로 스스로 호구가 되는 듯하다.
하지만
자기가 호구인줄 아는 사람은 결코 호구가 아니라고 하니.
게르스틀은 멋진 호구새끼임에 분명하다.
그의 나머지 그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웃는 자화상> 속 그의 표정만큼은 어쩌면 그의 그림 속 인물 중에서
가장 진실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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