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이적의 노래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일부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나무 위키에 따르면
명나라 말기의 승려 운서주굉이 편찬한 《선관책진》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로
'시절 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라는 뜻으로 인연의 시작과 끝도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그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뜻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단다.
이찬원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별에도 웃어주세요
좋았던 날 생각을 하고
고마운 맘 간직을 하며
아아아
살아가야지'
이적이 발라드로 조용히 부르는 노래나 이찬원이 뽕짝으로 꺾는 노래나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는 동일하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고,
관계의 소멸이 당신 탓만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러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관리해야할 항목을 크게 일과 인간관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일은 최선을 다함으로써 내 능력과 의도대로 어느 정도는 이끌어 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혼자 일방적으로 힘을 쏟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그 시작과 끝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관계에도 기한과 생명이 있다.
시절 인연이라 말해도 관계없을 듯하다.
그리고 어영부영 소멸되는 관계들도 많다.
그리고 생명이 다한 관계의 생기없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고운 맘 간직하며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하기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소멸되는 관계에 있어서 억지스러운 미학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
구태여 그러지 않아도 된다.
아름다운 이별은 말처럼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쓸쓸함이 있다면
씁쓸하게 견뎌내면 된다.
가까스로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시간을 지나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날들이 오기 때문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ㅇㅏ무 의미가 없는들 어떠랴.
다만
'나도 그때 너를 좋아했던 내가 좋아' 처럼
그 시절의 나를 미워하지 않으면 된다.
그 시절 나는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그녀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라고 영화 속 어떤 이는 말하지 않았던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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