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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차미슬

 

 

 

 

 

 

 

 

똥꿈을 꿨다.

얼마나 푸짐한 똥밭이었는지 신발에 묻은 똥을 아무리 닦아내어도 닦여지지 않았고

곳곳의 네모난 통에는 마치 김칫독에 김장김치를 정갈하게 넣어둔 것처럼

똥이 예쁘게 가득가득 담겨있었다.

냄새가 났던가, 누루튀튀한 똥 색깔이 기억나는 걸 보니 색깔지원은 되었지만

냄새까지는 지원되지 않는 2D의 꿈이었다.

 

아침 식사로 찐 계란과 주스를 먹으며(당근과 사과, 양배추를 갈아 만든 주스가 약간 똥색을 띠었다.)

일부러 지난 밤의 꿈 얘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꿈의 효력에 바람을 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그 정도의 똥꿈이라면 돈벼락을 맞을 예지몽에 해당하는데

금전운이 시원찮은 나의 팔자에 

어디서 금전의 잭팟이 터질까, 생각을 하다가

송천동에서 로또방을 운영하는 동창 경원이에게 손맛 좋은 로또 몇 장 꼬불쳐두라고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는 찰나, 

드르륵 휴대폰의 진동음이 울렸다. 

봉급 입금을 알리는 문자였다.

 

에라이~!

오늘이 17일이잖아, 

안돼, 안돼,

겨우 봉급입금으로 그 많았던 똥이 흐지부지 되나니,

그 귀한 똥꿈이 똥값이 되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은 재미없다.

뻔한 것은 행운이 아니다.

간질간질 마음의 성이 차지 않는 이유는

'그것'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그것 말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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