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 중 하루는 골프 라운딩을 갔다.
언니와 조카 부부 그리고 나, 이 넷의 조합은 처음이었다.
팀명도 지었다.
'처 삼촌'
캐디피는 내가 쏘고, 라운딩 후 식사비는 언니가 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언니와 내가 공동경비 비용을 부담한 데는
늙은 고모들과 같이 놀아준 조카 부부에 대한 나름의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김스방, 놀아줘서 곰마워. 늙은 처고모들하고 놀아주는 것 복 받을겨."
조카 설인이가 아직 골프에 입문하기 전인 작년 이맘 때
우리 부부와 언니, 조카사위의 구성원으로 첫 라운딩을 마친 후
가끔 필드에서 만나자는 제안에 말 수 적은 조카사위는 큼큼거리는 의성어로 대충 대꾸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이후, 단체톡방을 통한 몇 번의 제안에 시큰둥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다시 만난 조카사위를 향해 그간의 소극적인 반응을 떠올리며
농담 반, 진담 반, 그럴 수 있느냐고 내가 따지자
언니가 속담 하나를 꺼냈다.
"처 삼촌 묘 벌초하듯, 이라는 속담이 왜 있겠냐?
그렇게 해서 탄생된 팀명이다.
골프팀 명, '처 삼촌'
환상적인 작명이다.
그렇게 이름을 지어놓고 나니 개운했다.
그간의 소극적이던 김서방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되었고 섭섭함도 말끔히 사라졌다.
다른 무엇인들 그러하지 않을까.
내 간에 차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포지션을 잘 못 설정해 놓은 까닭이다.
몇 계단 끌고 내려와 처 고모나 처 조카쯤의 자리를 갸의 있을 곳으로 재설정하면 된다.
살짝,
때에 따라서는 확 잡아채서 좀 낮은 위치에 내려놓으면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ㄱㅐ 운 ㅎ ㅐ 진 ㄷ 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