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리: 부사. 그럴 바에는 오히려
전라도 사투리인 줄 알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아싸리'는 엄연한 표준어이다.
하지만
나의 머릿속에 '아싸리'가 단정하고 산뜻한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은 걸 보니
내가 아는 그것은 아마도 '앗싸리'가 맞을 것 같다.
정갈하고 조심스러운 상대의 어투나 행동에 대해 못마땅해하며
자신의 솔직함과 정직함을 자랑하듯
목소리를 높이며 성마름을 뱉어내는 말이다.
"앗싸리 말해서, ~!!"
하지만 앗싸리는 솔직함을 가장한 이기주의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 안중에 없는 품위 없음일 따름이다.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배설함으로써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에 자신만은 미끄러지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폭력이다.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사이에서의 종종거림,
그 고요한 간격이 깊이를 만들기도 하고 품격을 자아내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아무도 없는 곳》과 《비밀의 정원》.
두 편 모두 영화가 끝난 후,
바로 자리에서 쉽게 일어설 수 없는 긴 여운과 감흥을 주는 깊이가 있었다.
타인의 귀한 이야기, 아무도 없는 곳.
이해와 기다림이 만들어 낸 용기, 비밀의 정원.
각각의 포스터에 적혀있는 한 줄 소개이다.
두 영화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둘 다
기억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불러내어 마주하기 힘겨운 무거운 기억들을
한 그루 푸른 잎의 나무로 곧추 세우는 대화의 담담함,
타인의 깊은 슬픔을 통과하며 호들갑스럽지 않게 공감하는 방식.
그럼으로써
영화를 보고나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별자리를 가진 특별하고도 귀한 사람들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도.
'당신은 다름 아닌 나, 이군요.'
요즘과 같은 봄 밤에 딱 어울리는 영화이다.
삶의 품격이란
말의 품격과 아주 가깝게 닿아있다.
타인에 대해 말하는 방식,
타인에게 말을 붙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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