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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난, 숨도 참을 수 있어




1.퇴로가 필요해


남편의 믿음이 겁나 좋아졌다.

이러다가는

싸모님이 되어야되는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이 된 나는 자주 주지, 상기시켜준다.


'내 영혼 칼라풀한거 알지?

목사 싸모님은 절대 사양이야.

나는 가끔 쏘맥으로 영혼을 적셔줘야 하고

(대리운전하고 오다 성도님 만나면 안되잖아.)

자주 자주 새옷도 사 입어야하고

(싸모님이 주일마다 옷이 바뀌면 뒤따마 십상이지.)

남사친들이랑 어울려서 몰래 소풍도 가야하고

(심방 갈 시간 읎써.)


하여간

그나마 간당간당 유지되는 우리집의 평안이 남편의 주야장천 간절한 기도덕분인가, 싶지만

너무 간절한 것들은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을 보아온 까닭에

살살 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퇴로가 필요하지않던가.




2. 60초 후에


드디어

등교개학 일정이 발표되었다. 5월 27일!

코로나 때문에 맛본 한가함, 답답함, 무료함.

어쨌거나 언젠가는 2020년의 1,2,3,4,5월의 5개월을 그리워할 날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빈 교실을 둘러보며 올 해의 늦은 급훈을 생각해봤다.


'60초 후에'


텔레비젼 프로그램 도중에 가장 재미있을 지점에 뜨는 자막이다.

1분이 주는 어감과 60초는 또 다르다.

60초라면 거뜬히 기다려줄 수 있지, 난 숨도 참을 수 있어!

그리고 그 다음에 한껏 부풀어오른 내 심장을 채워줄 '그것'이 펼쳐진다.


그것!

까고보면 별 볼 일 없는 그것들 때문에

낙담은 잠시 유예되고

속임수는 연장되고,

삶은 징검징검 이어져간다.


그래, 결정했어.

올해 우리반 급훈은 '60초 후에.'









3. 그리고 자유로워지세요


'자유를 주세요.

그리고 자유로워지세요.'


나는 왜,

다소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만

비로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냐.


외로울 때,

나는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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