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은 나의 가짜 생일이다.
몇 일 전, 그 날, 카카오스토리에 생일축하 메세지가 몇 개 달렸다.
'오늘은 공갈 생일입니다.'
라는 댓글을 달까 망설이는 틈바구니에 몇 개가 더 올라왔다.
그야말로, 빼.박. 그냥 두었다.
나를 '아는 사람'은 대충 네 부류로 나뉜다.
1. 나의 음력 진짜 생일을 잘 알고 있어서 가짜 생일임을 단박에 알기에 댓글을 달 생각도 안할 뿐만 아니라
달려지는 댓글을 보고 방긋 웃으며, '선희 이것이 진짜인 척하네...'하는, 생일에 호상 간에 선물까지 챙겨주는, 진짜 친한 사람.
2. 분명 그 날이 생일이 아닐것이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여럿이 댓글을 다는 것을 보며 긴가민가하여
'오늘이 설마 귀 빠진 날?'이라는 문자를 살짝 보내 오는, 생일에 선물은 안보내 오지만, 문자는 보내 오는, 살짝 진짜 친한 사람.
3. 별 관심은 없으나 카톡에 펑펑 금가루가 뿌려지는 세리머니를 보고서 아, 생일인감? 댓글 하나 써볼까? 하며
카카오스토리에 댓글을 다는, 모임 안의 교류 외에는 개인적 만남을 가질 만큼의 관계까지는 안되지만,
그래도 나에 대해 선의적 호의와 댓글 품앗이 정도의 관계의 성실성을 가진 그냥 친한 사람.
4. <생일인 친구>에 폭죽 세리머니가 터져도, 니 귀가 빠져도, 내 사는 게 더 똥빠지는, 신경 써 주기 아까운 그냥 아는 사람.
오후 쯤에
내가 공갈 생일의 댓글을 즐기고 있는 것을 참다 참다 보다 못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너 외로운갑다.'
더 이상 2번 항목의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올라 온 댓글 끝에
댓글을 하나 올렸다.
"다정하게 말 걸어주신 나의 당신들 고맙습니다."
외롭거나, 찌질하거나
둘 중의 하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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