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rose for Emily

유쾌하게, 유연하게




개그맨 전유성씨의 딸 이름은 '전제비'란다.

이름도 특별하지만 그 이름을 짓게 된 연유는 더 재미나다.

그들이 딸 제비를 만든 호텔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하니

기인, 전유성답다. 참 농담처럼 유쾌하게 펄럭이며 사는 사람이다.

우리 홍균이는 하마터면 정코리아나가 될 뻔했다.




그저 우리는 잠깐 머무는 순례자일 뿐이라고,

소풍처럼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곤 하지만

욕망은 집요하고  생각은 뻣뻣하며, 손 아귀의 아귓발은 쎄서

스치는 것들이 풍경이 되지 못하고 쇠어가는 정물이 될 뿐이다.



'나는 힘 빼는데만 삼 년 걸렸어.'

골프를 배워 첫 라운딩을 나갔을 때 일행이 내게 해 준 조언이었다.

물에 빠졌을 때 생사를 가르는 것은 몸에 힘을 뺏줄 아느냐, 모르느냐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가장 먼저 열 받아 뚜껑이 열리는 사람은 한결같이 초선의원들뿐이라고 한다.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함성호, <낙화유수>-



순정이니, 지고지순이니, 따위의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는 꽃의 모가지를 붙잡고, 흘러가는 물의 물길을 막으며

부질없는 일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이 눈에 그려져 안쓰럽다.

낙화유수, 꽃은 지고 물은 흘러간다.



우리는 그가 가르쳐준 사랑의 방법으로 또 다른 그를 사랑하고

또 다른 그에게서 그의 이전에 학습된 또 다른 사랑의 방법을 경험할 뿐이다.

유일무이한 '그 사람'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는 '한 사람'이 되고

또 다른 유일무이가 탄생하는 이 유쾌한 회전목마라니,



그러니

그 목마의 안장 위에서 필요한 것은 색다른 신박한 기술이 아니라

사지와 온 몸이 낭창낭창 출렁이도록 힘을 빼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었든.

그럴 때에야 비로소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천변의 벚꽃이 고닥새 져버렸음에 애닳아했던 자리에

황홀하게 연두빛 신록 자지러지고 있다.

꽃 진 자리 흔적도 없다.

유월이 되면

그 연두빛 잎사귀조차 익숙해져 눈꼴에도 안 찰 게 또 분명하다.



그래도, 그 때는 그것들이 내겐 대체불가하게 좋았드랬다.

그때는 겁나게 겁나게 진실했으니.












'A rose for E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일 맛 껌  (0) 2019.06.03
니미럴  (0) 2019.05.28
수혈  (0) 2019.05.13
너 같은 년 처음 봐  (0) 2019.04.22
임은 삐쳐있고, 꽃들은 진다  (0) 201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