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누군가의 어깨가 잠시 필요하기도하다.
내가 하는 행동의 꼬라지나 말뽄새가 형편없어 보이는 날에는
스스로 물타기가 필요하다.
그만 입을 다물고 책 속에 고개를 처박는 일도,
모든 관계의 창문을 잠시 닫아두고 홀로 산책을 하는 일도
튼실한 어깨를 빌리는 일일게다.
봄,
올 해 새롭게 만든 독서토론 모임 이름이다. '책을 봄, 아이들을 봄, 세상을 봄'의 '봄'이다.
작년, 같은 학년을 하며 의자만 돌리면 서로 마주 볼 수 있었던 물리적, 심리적 케미 속에서
서로 책도 소개하며, 선물하며 정이 깊어져 '우리 뭔가 구체적으로 체계적으로 해보자'라는 기전결의가 있었다.
혼자하는 독서의 자유로움과 고요를 깨지 않되
어울려하는 독서가 주는 깊이와 넓이의 유익을 덧붙이자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나는 니가 참 좋다, 너랑 어울려 노는 게 평화롭다, 너의 품격에 전염되고 싶다.'의 다른 표현일 따름이었다.
교사 동아리를 후원하는 교육청 공모에 당선되어
책을 사보고, 회합을 하는 지원금으로 일년에 백오십만원 정도의 돈도 지원받게 되었으니
완전 룰루랄라, 눈누난나다.
서로 다름이 불편함이 아닌 사람들,
감정의 번역이라는 과정으로 피로를 주지 않는 사람들
각각 다른 색깔로 성숙하게 살아감으로써 품위를 스며내는 사람들,
그들과 한 패거리가 되어 어울리는 것이
내게는 가끔 '누군가의 어깨를 빌리는 일'이고 나의 형편없음에 '물타기'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봉생마중(蓬生麻中)이라는 말이 있다.
삼밭의 쑥은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바르게 자란다는 말이다.
아마도 쑥도 나처럼 가끔 마의 어깨를 빌리며 살았나보다.
- 지난 주 건지산 숲 속 작은 도서관 탐방 때의 우리 봄님들,
현숙샘, 미양샘, 정남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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