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스튜디오의 시오쌤은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코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다른 이목구(비)를 아무리 잘 그렸어도
코를 잘 못 그리면 전체적인 이미지가 망가진다고 했다.
몸과 마음의 무장해제가 필요할 때
가끔 애니메이션을 본다.
애니 속의 선하디 선한 여자아이들은
코가 생략되어있다.
그렸대봤자 작은 점 하나 정도로 표현되어있다.
- 호소다 마모루, <늑대아이> 하나, 유키, 아메
'YOLO'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You only live once.
카르페 디엠이나 Seize the day.
다 비슷비슷한 의미들일 것 같다.
지금을 즐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즈음에 다시 보곤하는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
칠판의 낙서, Time waits for no man은
'어디에도 완벽한 시간은 없다'로 읽히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여름 방학 동안 국외연수의 기회를 잡았다.
호주, 4주~
오, 욜로~!!!!
지난 겨울, 영국 연수의 기회를 놓쳐서 많이 섭섭했었는데
닭대신 꿩이 되었다. 전화위복.
내일 출발한다.
짐보따리를 챙기면서 웃음이 나왔다.
2009년 뉴질랜드에서 한 달을 지낼 때
나의 외로운 밤을 같이 해 준 놈이 하루키의 <1Q84>였는데
이번 호주의 밤도 역시 그 아저씨다.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해외연수가 될 이번 여름 방학,
하나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그려넣은 그림 대신
살짝 코를 생략하고 그리는 얼굴처럼
대충 삶을 아름답게 붓칠하는, 볼 줄 아는 연습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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