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털기를 잘 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기심 많은 그는
화장실에서 여자들은 휴지가 없을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했다.
"쉬워. 털어. 허벅지를 두 번 탁탁 쳐서 털어"
퇴근 길에 Olive young에 들렀다.
서너 가지를 봉지에 담았다.
요망스런 구매 품목에 스스로 지나치게 흡족하여 흥분되었다.
겨드랑이 땀 흡수 패치 한 세트와 눈썹 그리기 모형.
세상에 이렇게 요긴하고도 잔망스런 아이템들이 있다니.
딱 꼬집어 말해 줄 수 없으나 가려워 그냥 죽어버릴 것 같은
손이 닿지 않는 등짝의 한 지점을 콕 알아채어
박박, 시원하게 긁어주신 느낌이 이럴까.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투명한 비닐 눈썹 모형을 눈썹에 대고
쓱쓱싹싹 눈썹을 그렸다.
오호, 좋아요. 딱 그거란 말이에요.
'피피'라는 나만 아는 아늑한 의성어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피~피~'이다.
찐 감자가 남비 속에서 가장 적절한 정도로 익는 소리다.
'익는다'라는 말도 틀리다. '탄다'는 말은 더욱 틀리다.
'익다'와 '타다'의 세밀한 분기점을 이르는 말이며 그 때 남비 바닥에서 나는 소리가
바로 '피~피~'이다. 넘치면 남비를 버리는 것이고 모자라면 감자가 맛이 없다.
그 지점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어서 하지감자 통통 여무는 이 즈음에는
나는 정말이지 남비를 얼마나 태워먹는지 모른다. 다 베려먹는다.
조만간 Olive young에 또 가봐야겠다.
마음의 옷 섶 깊숙한 곳에
도꼬마리처럼, 도둑놈가시처럼 붙어서 좀체로 떨어져나가지 않는 것들,
탁탁, 허벅지를 두드려 털듯
털어내야 할 것들을 쉬이 털어주는 섹시한 레어템이라도 어디 숨어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포근포근 서릿발 세우며 피피 소리 내며 익는 수미감자,
고년을 딱, 바로 그 지점에서 가스불을 꺼야함을 알려주는 알람은 언제 쯤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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